[탐방기] 재외한인구조단이 운영하는 강화푸른초장


강화대교를 건너 48번 도로로 30여분을 달리자, 검문소가 나왔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지역인 듯했다. 강화푸른초장은 검문소를 통과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푸른초장이라는 이름이 어때요?” 재외한인구조단을 이끌고 있는 권태일 단장이 말을 꺼냈다. 푸른초장은 강화군 양사면에 자리 잡고 있는 노인요양시설로, 권태일 단장이 운영하고 있다.

푸른초장으로 들어서니 요양원 건물 앞마당으로 넓은 농장이 펼쳐져 있다. 9천평에 이르는 대지에 블루베리 등 유실수들이 자라고 있었다. 마당에는 팔각정 같은 형태의 닭 사육장도 있고, 그 뒤쪽으로는 굼벵이를 키우고, 사료를 숙성시키는 시설도 운영되고 있었다.

“재외한인구조단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온 분들이 머물면서 자립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그분들 머물 곳을 찾다 보니 이곳을 활용한 거지요.”

당초 이곳은 ‘동네처럼 만들어서 생활해보자’는 착상으로 마련한 요양원이라고 권 단장은 설명한다. 실버홈에 와 있는 분들이 때로 가축도 돌보고, 밭일도 하면서 마치 시골 동네에서 모여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한 곳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재외한인구조단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시 머무는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 이들의 자활과 재기를 위한 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재외한인구조단은 750만 재외한인들 가운데 어려움을 당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2015년 4월 발족했다.해외공관 및 한인회 등 단체들과 연계해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만든 사람 수가 매년 50명씩 이미 1백수십명에 이른다.

“해외에서 들어오면 대체로 가족이나 형제들한테 돌아갑니다. 일부는 병원으로가서 치료를 받거나 경찰 조사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남아 자활과 자립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기서 서로 격려하면서 상처도 치유하고 용기를 얻게 됩니다.”

권 단장의 소개다. 이날 방문했을 때 강화푸른초장에서 자활 준비를 하는 사람 12명을 만났다. 마침 점심 무렵이어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각기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키르키즈스탄, 중국 등지에서 왔다고 소개를 했다. 길게는 1년 정도 머물고 있다고 했다.

“양계 전문가를 초빙해서 양계 기술도 배우도록 하고 있어요. 굼벵이 사육도 수익성이 있어, 자립을 위해 배우도록 합니다.”

강화푸른초장은 ‘그린월드’라는 영어명 이름도 갖고 있다. 푸른 대지에서 양계기술도 배우고, 굼벵이도 키우고, 블루베리 재배기술도 배우면서 재기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한다는 것이다.

이날 강화푸른초장 방문에 앞서 권 단장이 운영하는 부천의 해피홈보육원과 인천의 다솔채양로원도 방문했다.

‘한국에서 최고의 시설로 만들었다’는 권태일 단장의 소개대로 현장은 뛰어난 시설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내서 장식을 했어요. 마치 청동처럼 보이잖아요. 합판에 페인트칠을 한 것입니다.”

다솔채양로원 입구의 커다란 판넬 작품 같은 설치물 앞에서 권 단장이 소개를 했다. 신발장이었다. 다솔채의 방과 거실, 심지어 주차장가지 모두 예술적인 느낌이 듬뿍 담긴 형태로 장식돼 있었다.

“시설에 들어와 계신 분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하자고 이렇게 꾸몄습니다. 실망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다솔채양로원의 또 다른 층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이나 보호시설은 아직 정부에서 지원하는 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해 권 단장이 장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인도네시아에 불법체류하다 재외한인구조단에 구조돼 이곳을 직장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도 만났다.

부천 해피홈보육원을 방문했을 때는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등교하고 없을 때였다. 시설은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보육원 혹은 고아원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작은 규모의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잘 꾸며놓아도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려오려고 하지 않아요. 그게 가슴 아파요.” 이 같은 해피홈보육원 관계자의 말을 들으면서 “이처럼 훌륭한 시설에서 생활하면서도 아이들한테 또 다른 상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따르면 가끔 시설 견학을 오는 사람들이 예상과는 달리 시설이 깨끗하고 잘 관리되는 것을 보고 “여기는 잘 하니 다른 곳을 지원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잘 하는 것이 빚어내는 아이러니랄까?

“해외에서 어려움을 당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됩니다. 한국으로 와서 일시 머물 곳이 없으면 강화푸른초장에서 머물러도 되고요.”

권태일 단장은 재외한인구조단은 언제든지 어려운 한인들을 구조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