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사의 의대진학칼럼



2014 말라위 프로젝트 (4)

유 월 말의 아프리카 말라위 날씨는 전형적인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아주 비슷한 높고 푸른 하늘이 참 아름답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사면이 높은 담장으로 싸여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울타리 밖의 경치는 감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울타리 안에 꾸며진 조경과 가을 하늘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후진국일수록 빈부의 격차는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다. 거리에 많은 젊은이들이 일거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고, 교통 수단의 일환으로 자전거 택시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것 또한 거리에 넘쳐나서 경쟁이 심해 손님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이용하는 전용 버스의 운전기사가 영자 신문을 보는 것을 보고 신문기사 내용을 다 이해하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웃기만 한다. 오래 전에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할 수가 없어서 운전을 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혼자 잠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잘 차려 입은 젊은 아가씨가 어눌한 영어로 이것 저것 묻더니 자기에게 일 거리를 줄 수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일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일 할 수 없어서 가난한 현실이 참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시설은 여러 명의 경비가 지키고 있는 담장 안에 철저히 보호 되고 있었고 숙소도 밤에는 7명의 경비원들이 밤새도록 주변을 지키고 있다. 우리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3명을 임시로 더 고용했다고 한다. 우리가 단기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학생들이 쉐도잉을 할 때 너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서 그런지 병원의 의사들이 마치 의대생을 대하듯이 어려운 질문도 하고 숙제도 내주면서 학생들을 지도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수술실과 해부실도 참관을 하게 할테니 가운을 준비하라고 해서 일부 프리메드 학생들은 수술 가운을 항상 준비해 다니기도 했다. 모든 일정은 아침에 전달이 되어 언제 수술실에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어제 증상이 아주 심각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식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어제 보았던 그 의식이 없는 환자가 오늘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게 되어 아침부터 우울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그룹은 수술실에서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과정을 참관하기도 했다.

병원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공부방으로 쓰고 있는 회의실에 모여 각자 보고 느낀 것을 각 그룹의 리더를 중심으로 그룹별로 발표를 하게하고 토론을 한다. 학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룹 리더의 말을 신뢰하고 지시 사항을 잘 따르는 것을 보고 인솔자인 내가 전면에 나서서 지시하고 간섭하는 것 보다는 각 그룹의 리더들을 교육시키고 리더가 자체적으로 팀원을 이끌어 가도록 체계화시키니 단합이 잘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솔자인 나의 일이 한결 가벼워졌다. 말라위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방학 중인 고등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말라위에서도 공부를 꼭 시켜달라는 부모님들의 염려 때문에 고등학생들은 하루에 SAT공부를 3시간씩하고, 100개의 단어를 매일 암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 그룹의 리더가 일대일로 외운 단어를 점검하고 확인해 주도록 의무화하니 틈만 나면 컴퓨터 또는 아이폰을 만지던 고등학생들이 단어를 암기하기 위해 늦은 시간에도 단어 책을 들고 공부를 하느라 딴 생각 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

대학생은 쉐도잉 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의사로부터 받은 숙제를 조별로 각자 분담하여 조사한다. 그리고 다음 날 있을 강의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각자 준비한 내용을 서로 토론하고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상의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서 준비하는 정도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오늘은 일부 학생들이 배탈이 나고 열이 있어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 위해 데리고 갔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온 곳이 병원이 아닌가? 다만 미안한 것은, 원주민들은 진찰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특혜를 받은 사람처럼 직접 원장실로 들어가 책임지고 고쳐 놓으라는 듯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한껏 걱정인데 의사는 여유 있게 웃고 있다. 간단한 진료를 한 후 말라리아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랩실로 가자고 했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검사 후 말라리아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자 모두 농담을 한다. 우리 중에서 말라리아 환자를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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