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윤선의 마음치유 컬럼



비움과 채움의 하모니

우리가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욕구의 딜레마는 ‘갖고자함’입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두 손을 꽉 움켜쥐고 태어나는 아기는 소유라는 것 자체에 무지하다가 소유 속에서 살고 있는 양육자를 만나고부터 소유의 인생훈련을 톡톡히 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있어 소유는 태초에서부터 비롯된 생존의 도구였습니다.

생존의 보장을 위해 가축을 키우고 곡식을 저장하는 데에서부터 그렇게 목숨 부지를 해왔던 것입니다. 하루하루 삶의 안전에 안주하면서 그저 행복해했던 선조로부터 소유의 물질들을 과잉적으로 파생시키는 욕심쟁이 후세들로 이어왔습니다.

어찌 보면 불필요할 수도 있는 아니, 죽을 때까지 쓸 수도 없는 물질들을 끝없이 저장하고 살아가고 있지요. 길어봐야 백년의 삶과 그동안 축적해놓은 물질의 비율을 수학적으로 따져본다면 물질낭비의 숫자가 훨씬 클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이나 '공수레공수거(空手來空手去)'와 같은 공허한 인생의 명언들이 공공연히 들립니다. 나 개인 인생에 있어 어떤 소유를 낭비하고 있는지 되 돌이켜 보는 시간은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요?

일단, 눈으로 보는 가시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게 가장 쉬운 일입니다.
저는 일상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관찰해보았습니다.

내가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인 집안에서 가장 쓸데없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패션의 물건들이었습니다. 침실에도 가득, 옷 방은 창고처럼 옷들이 그득합니다.
부모님과 한국에서 살던 집안에는 옷과 신발의 공간은 거의 내 것으로 차고 넘칩니다. 특히, 옷 방 베란다 쪽에 마련한 이중행거에는 입지 않은 새 옷들이 가지런히 커버에서 안주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것들은 나를 원망하고 외로워할지도 모릅니다.

나에게서 한 번도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소외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옷 방은 저에게 있어 고해성사를 하는 방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들어가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옷들을 보면 머리가 멍해지고 어쩔 때는 감당하지 못함에 헛구역질까지 올라올 때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내 자신에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아집의 소유욕이 존재해왔습니다.
살아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소유 즉, 내 것 온전한 나만의 것을 필요로 했던 왜곡된 간절함이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내면을 대신 채워줄 수 있다는 소유라는 대리만족과 어리석은 기대가 반복되어 온 것이었습니다.

행거에 걸린 옷들을 하나하나 매만지다가 손이 그만 어떤 옷에 멈춰지고 그것을 꺼냈습니다. 벨벳원단의 화려한 트레이닝 후드 자켓이었습니다.

이 옷의 특징은 반짝이는 큐빅이 등 전체를 휘감고 있는 화려함과 패션트렌드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 상품이고,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있어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만한 아이템입니다. 이걸 구매하는 당시에도 흔치 않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edition:패션용어로서 한정판이라는 특별한 상품이란 의미를 지닌다.)이란 뭔가 특별한 유혹에 나도 모르게 충동적인 구매를 했습니다.

그것 자체는 패션리더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옷임에는 분명하나 나에게는 실재적으로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물건에 불과했음을 그때 당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수없이 사들인 물건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고조된 흥분을 머금고 산 벨벳원단의 화려한 트레이닝 후드 자켓을 옷장에 고스란히 넣고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 옷에는 ‘넌 특별히 소중하니까!’ 하며 바깥에 나오지 말고 그 안에서 푹 안주하라는 과보호의 심리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옷에 담긴 ‘특별함’이라는 족쇄는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특별해지고 싶은 내면의 욕망을 옷에 투사한 잘못된 ‘특별함’이고 그것 자체는 쓸모없는 저장된 소유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 감정을 느끼는 순간 내 안에서는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더불어 자책감이 나에게 미친 듯 속삭였습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래서 얻은 게 뭘까?’
‘그래봐야 결과는 옷장에 쌓인 옷에 불과하고 넌 그대로 너에 불과해.’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구의 소유행위들은 나를 어리석은 바보로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난 그랬고 그렇게 행함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옷장에 가득합니다.
죄책감과 자책감 등 부정의 감정들이 나를 몰아갈 때,

‘지나간 과거를 되짚고 채찍질해봐야 변할 건 없어. 그건 생각하지 말자!’

라고 다시 나에게 집중했습니다. 이미 사라진 과거를 현재의 시간에서 또다시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스스로의 인지가 강하게 어필되는 순간입니다.
일단 벨벳 자켓을 꺼내어 훑어보며 거울에 비춰보았습니다.

“입을 거니? 안 입을 거니?”
“꼭 필요한 걸까? 필요하지 않은 걸까?”
하며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결과는 고이고이 옷장에 모셔둔 시간들이 무색하리만큼 금방 내려졌습니다.
입지도 않을 것이고 꼭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껏 그래왔듯 옷장에 넣어 둘 거니?’
‘본전이 아깝기도 하고 예쁜 옷이기도 한데 ...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옷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잠깐의 원초적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고 기쁨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안정제가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순간의 생각이 스쳤고 그 누군가가 누굴까라고 떠올렸습니다.

‘아! 맞아.’

이사람 저사람 떠올릴 필요 없이 기다렸다는 듯 꼭 짚어 한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순간 떠오른 이는 마침 그날 만나기로 한 이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가는데 함께 선뜻 가주겠다고 한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그녀는 나와 체형사이즈가 비슷하고 패션취향 또한 잘 맞는 친구였습니다.

게다가 화려한 디자인과 색상을 과감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벨벳 자켓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딱 맞는 매치임을 느꼈습니다.
그녀에게 먼저 의향을 물었고 그녀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떨리고 설레었습니다.

마치 주인을 잃어버리고 벌벌 떨고 있는 강아지에게 주인을 찾아주러 가는 길같이...
미용실에서 만나자마자 나는 그녀에게 옷을 건넸고 옷을 펼친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이건 완전 내 스타일인데요?”

하면서 즉석에서 걸쳤고 나의 예상을 그대로 적중하였고 그녀의 모습은 옷과 혼신일체가 되어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내 옷장 속에서 선택받지 못한 채 그동안 쌓여진 한을 그녀를 통해 모두 풀어낸 순간이었습니다.

“와!! 진짜 예뻐요. 너무 좋아요! 어쩜 이래. 복권 당첨한 것 같네요. 너무 감사해요!”

라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며 그동안 내 안에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들이 어느덧 가득히 차올랐습니다.
진정한 소유는 '갖는 것'을 내려놓음으로 인해 받아서 얻어지는 게 아닌 ‘주는 것’에서 비롯됨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나에게 비움은 또 다른 이에게 채움이 되어 환상의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했습니다.
세상의 행복은 갖고자만 한다면 절대 느낄 수 없습니다. 주고받음 그리고 비움과 채움의 균형이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마음 디자이너 은 윤선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