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의 시사칼럼



북핵앞에 종전이나 평화협정은 재앙이다

한국정부는 지난 ‘4·27 판문점 선언’ 직후 대북방송 중단 및 장비 철거, 대전차 방호시설 철거 등에 이어 DMZ 내의 일부 GP(감시초소)를 철수했다. 또한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NLL평화수역을 조성한다며 외교안보 장관들이 백령도와 연평도 를 다녀 오기도 했다. 한국의 이런 ‘평화 호들갑’ 와중에도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일주일 뒤인 지난 5월4일 한·미 양국에 대해 대북제재 해제와 사드 철수를 요구했었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의 역사를 간단히 돌아보자.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방북 시 김정일 위원장은 "김 대통령이 오셔서 내가 은둔에서 해방됐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남북간 첫 정상회담은 서방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던 북한 지도 자에게 외교적, 경제적 돌파구를 제공하고 ‘햇볕정책’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과 최대 압박은 이미 동력을 잃었고,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 서 남은 것은 미북 간의 군축 협상뿐인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대한민국에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탱하고 있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근간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되 기 때문이다. 지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양측 모두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지만, 비핵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서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 큰 허점이었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근본적인 목표를 두고 계속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원하고 있고, 북한은 관계를 개선해 (역내) 미군의 역량을 줄이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원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따른 대가로 비핵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 지만, 이는 미국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 선언을 교환하는 '신고 대 선언'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별반 다름이 없어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심 목표는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을 이뤄낸 다음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다. 이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근간을 약화시키 는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함이다.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한-미 동맹이나 미군이 대한민국에 주둔할 이유와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의 보호가 없어진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의 핵심은 ‘6·25김일성남침전쟁’에 참여했던 모든UN 당사국들이 전쟁의 종료 를 원한다는 점에 동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울러 전쟁 종료 이후 한반도가 어떤 상황이 돼야하 는지에 합의해야 한다. 관련국들이 군대나 동맹 체계, 그리고 정치적 관계 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6·25김일성 남침 전쟁’ 당시 주요한 역할을 맡았었기 때문에 이들이 배제되는 협정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이 1970년대 베트남과 같이 평화협정 체결 이후 북한 김정은 정권 하에 통일되는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당시 베트남과 현재 남북한의 상황은 다르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자신들의 공산주의 체제 하에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북한은 오랫동안 ‘종전선언’을 통해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미 동맹의 정당성을 제거하려 해왔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어떤 의도도 없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면 문제는 더욱 악화되기만 할 것이고, 이에 대한 미국이 취할 옵션의 선택은 좁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미국의 옵션 중 하나는 군사력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지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최대 압박 정책이 있는데, 미국은 비핵화에 이미 너무 낙관 적인 입장을 밝혀옴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을 어렵게 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가장 우려되는 옵션으로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다음에 군축이나 군비를 제한하는 방법 을 강구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 번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군사 옵션과 압박 정책은 옵션에서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한이 계속 원해왔던 핵무기를 가진 정상국가가 되는 것만 남게 될 것이다. 이게 현실이기 때문에 안보가 염려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큰 정책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핵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북한의 핵 역량에 대한 신고서를 받아내는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협상에 참여해 비핵화 에 대한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이미 이뤄지고 있어야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비핵화에 약속했다.”는 환상에 너무 빠지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했고,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은 처음부터 비핵화를 약속하지 않았다.

정직한 신고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북한의 핵 역량 신고가 중요하다. 우선 북한이 자신들의 핵 역량과 우라늄, 플루토늄 보유 현황 등을 문서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어떤 핵 관련 시설을 갖고 있는지도 신고해야 한다. 북한에는 미국이 알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이 알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시설들이 있다. 신고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시험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한반도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출하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과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관심은 강력하지 못하면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연방제통일’로 나아간다는 지적이 있어 대한민국의 앞날이 염려된다.

현재 정전(停戰) 상태에 있는 한반도에서 정전이 다시 전쟁으로 번지면 유엔군이 즉각 동원된다. 바꿔 말해 ‘종전 선언’은 유엔군사령부 및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핵의 완전 폐기 없이 ‘종전 선언’을 한다면 한국 스스로 중국 및 북한 의 무력 하에 종속되는 체제를 택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추구하는 ‘평화’
이고 한국 정부가 ‘종전 선언’에 매달리는 이유란 말인가?

미국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To be prepared for war is one of the most effective means of preserving peace.)”라고 했 다. 한국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을 갖추지 못한다면 북한의 핵 포기와 강력한 한미동맹을 전제 하 지 않는 어떠한 선언이나 협정도 한국의 평화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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