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의 시사칼럼



비수와 함깨 보낸 트럼프 정중한 편지

칭기스칸의 손자 구유크가 3대 칸에 올랐을 때 몽골제국은 세계제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 당시 로마 교황 이노센트 4세가 쿠유크 황제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스도에 대한 공격을 중지 하지 않으면 신의 노여움을 받아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애원과 협박이 섞인 편지였다.
 
 
거의 2년 만에 걸쳐 몽골 황제에게 배달된 편지에 대해 구유크 황제는 즉시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구유크 황제는 즉위 2년 만에 급사함으로서 편지의 내용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당시 세계를 지배하는 ‘세속의 황제’가 역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의 황제’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영원한 하늘의 힘 아래에서 모든 대국을 지배하는 전권을 가진 칸이다.(중략) 영원한 하늘의 힘으로 나에게는 해가 뜨는 곳부터 해가 지는 곳까지 모든 영토가 수여되어 있도다. (중략) 귀공은 짐에게 굴복할 의사를 보이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와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짐은 귀공의 복종을 인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귀공이 천명에 따르지 않고, 짐의 명령을 거역할 때에는 귀공은 짐의 적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귀공에 대한 답신이다. 귀공이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없다면 귀공의 신변에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하늘만이 알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한 마디로 당장 달려와 무릎을 꿇지 않으면 박살을 내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 었다. 이 편지를 받은 교황은 밤잠을 설쳤을 것이 틀림없다. 교황에게 이런 편지를 쓸 수 있는 권력자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몇 명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에 나오는 편지는 좀 더 치욕적인 것이었다.
 
 
한고조 유방이 중국을 통일 했을 때 북방 지역에는 흉노왕 묵돌선우가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며 흉노의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견원지간이었던 한고조 유방과 흉노 묵돌선우가 산서성 근처에서 일대 격전을 벌였지만 한고조는 ‘평성의 치욕’이라는 대패를 당하고 겨우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
 
 
한고조가 죽고 그의 부인 여태후가 권력을 잡았다. 여태후는 ‘중국 3대 악녀’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흉노에는 공물을 바치며 위태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흉노는 걸핏하면 협박을 일삼았으며 그 당시 묵돌선우가 여태후에게 보낸 편지는 이런 것이었다.
 
 
“나는 고독한 군주로서, 척박한 곳에 태어나서 초원의 전쟁터에서 살아왔소. 듣자하니 당신 남편이 죽었다던데 그대는 과부가 됐고 나 또한 홀애비요. 둘 다 즐거움이 없고 스스로 즐길 수 없으니, 각자 있는 것으로 상대방이 없는 것을 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편지의 내용은, 서로 외로운 신세이니 한번 만나서 즐겨보자는, 지금으로 치면 ‘성희롱’을 담고 있었다. 무례하고 치욕적인 편지였지만 이 편지는 대륙을 지배하던 권력자만이 쓸 수 있는 편지 였다. 여태후도 막강한 권력자였지만 권력자를 지배하는 것은 더 큰 권력자였다.


미국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에게 미북회담을 취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북한의 자극적인 발언이 미국을 화나게 한 탓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13세기의 몽골제국처럼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최강의 국가였지만, 코딱지만한 북한을 상대하면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철했다.
 
 
“최근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하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번 회담이 열리기에는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라고 느낀다.(중략) 당신은 핵능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지만, 미국의 핵능력이 더욱 거대하고 강력하며 때문에 나는 신에게 이를 절대 쓸 일이 없길 바란다고 기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편지는 정중하면서도 칼날이 들어 있었다. 한 번 더 헛소리를 지껄이다가는 박살을 내버리겠다는 경고였다. 이 편지를 받은 김정은은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김정은은 문재인을 다루던 버릇으로 트럼프를 다루려다가 큰 코를 다친 것이다. 지금부터 김정은의 태도는 고분 고분해질 것 같다.
 
 
트럼프의 편지는 구유크 황제의 편지처럼 오만하지도 않았고, 묵돌선우의 편지처럼 무례하지도 않았다. 정중하면서도 우아했다. 그러나 공포도 있었다. 그 공포는 우아함 속에 스며있는 공포였 기에 더욱 공포스러웠다. 트럼프는 이번에 김정은을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정은을 상전 모시듯 하는 문재인 촛불 정권이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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